서 론
개인 의약품은 질병 예방, 증상 완화, 치료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진통제, 소염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포함한다 (Santos et al., 2010;Aus der Beek et al., 2016). 최근 개인 의약품의 전 세계 소비량은 연간 10,000톤을 초과하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 동안 생산과 소비가 급증하였다(Wilkinson et al., 2017;Chen et al., 2021). 개인 의약품은 소각, 매립, 생활 폐수, 사람과 동물의 배설물, 직접 투기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환경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지표수, 지하수, 하수 처리 시설의 방류수를 통해 수생환경으로 유입될 수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의약품들은 수생환경에서 나노그램 (ng/L)에서 마이크로그램(μg/L) 수준의 농도로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Santos et al., 2010;Ternes and Siegrist, 2004), 비대상 생물에 축적되어 생태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Chang et al., 2008;Moyer et al., 2011).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ACT)과 이부프로펜(ibuprofen, IBU)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에 속하며 각각 다른 작용 기전을 지니고 있으나 모두 통증 완화와 해열을 목적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의약품으로, 지하수, 하천, 해양환경을 포함한 수생환경에서 가장 빈번하게 검출되는 의약품 중 하나이다(Marchlewicz et al., 2015). ACT과 IBU은 높은 지질 친화성을 가져 생물체에 쉽게 축적될 수 있으며, 이후 대사과정을 통해 반응성이 높은 대사산물들을 생산하여 다양한 독성영향을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amos et al., 2014;Ding et al., 2017). 선행 연구들은 ACT과 IBU에 노출된 무지개송어 Oncorhynchus mykiss에서 산화 스트레스 영향이 유도될 수 있음을 보고하였으며(Ramos et al., 2014;Gagné et al., 2006), ACT 및 IBU에 노출된 담수 물벼룩 Daphnia magna와 송사리 Oryzias latipes에서 감소된 생식 영향을 보고하였다(Ding et al., 2020;Flippin et al., 2007). 이처럼 수생생물에 대한 높은 독성 영향에도 불구하고 ACT 및 IBU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기수산 물벼룩 Diaphanosoma celebensis는 광범위한 염분 농도에서 서식하는 소형 갑각류로, 해양 먹이 사슬의 주요 1차 소비자이며 에너지를 상위 영양 단계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크기, 단위생식을 통한 유전적 동일성, 화학 물질에 대한 민감성으로 인해 D. celebensis는 다양한 오염물질의 독성 평가에 적합한 모델 생물로 활용되어 왔다(In et al., 2020;Yoo et al., 2022).
본 연구는 ACT과 IBU이 해양 소형 갑각류의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유전자 발현 변화를 통해 이들 약물이 생물학적 경로에 미치는 분자적 영향을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D. celebensis를 이용하여 급성 독성 시험을 실시하고, 항산화, 해독, 대사 및 탈피 관련 유전자의 발현 변화를 확인하여 두 의약품의 잠재적 독성 영향 기전을 확인하였다.
재료 및 방법
1. 시험 생물
기수산 물벼룩 D. celebensis는 상명대학교 분자 독성학 연구 실에서 관리하는 것을 사용하였다. 배양은 인공해염(Sea salt; Aquaforest, Brzesko, Poland)을 증류수에 녹인 후 0.2 μm 필터(Whatman, Kent, UK)를 이용해 여과하여 15 practical salinity unit (psu) 염도의 인공해수를 사용하였다. 사육 조건은 생물 배양기를 통해 수온 25±1℃, 광주기 12시간:12시간 (light:dark)로 유지되었으며, 먹이는 해양 녹조류인 Tetraselmis suecica (1 × 10⁴ cells/mL)를 매일 공급하였다.
2. 시험 물질
실험에 사용한 ACT (acetaminophen, 순도 ≥ 99.5%) 및 IBU(Ibuprofen sodium salt, 순도 ≥ 98%)는 모두 Sigma-Aldrich (MO, USA)에서 입자 형태의 분말을 구매하여 사용하였다. 시험에 앞서 ACT 및 IBU를 각각 15 psu의 인공해 수 및 100% 에탄올에 녹여 10 mg/mL 및 300 mg/mL의 stock solution을 제작하였으며, 이후 -20℃에서 보관하였다.
3. 노출 시험
급성독성시험은 OECD 시험 가이드라인 202(TG 202)(OECD, 2004)를 참고하였다. 급성독성시험을 위한 ACT과 IBU의 시험 용액은 각 stock solution을 15 psu의 인공해수에 희석하여 제조하였으며, 각각 1000 mg/L, 300 mg/L의 농도가 되도록 하였다. 이후 15 psu의 인공해수를 이용하여 이를 단계적으로 희석하였다. 시험용액의 제조 이후, 6 well plate에 각 well 당 5마리의 D. celebensis (4-day-old)를 5 mL의 시험용액에 4 반복으로 노출하였다. 노출 48시간 이후 해부현미경을 통해 개체의 치사율을 확인하였으며, 15초간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거나, 해부현미경으로 관찰하였을 때 형태가 온전하지 않은 경우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용매에 따른 독성영향의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급성독성시험에 사용된 모든 시험용액은 동일한 농도의 에탄올 (0.1%)을 첨가하였다.
ACT 및 IBU가 D. celebensis의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급성 시험의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 아치사 농도의 약물을 D. celebensis에 노출하였다. 간략히, 50 mL의 각 농도별 시험용액(ACT: 0.1, 1, 10 mg/L; IBU: 0.3, 3, 30 mg/L)에 50마리의 D. celebensis (4-day-old)를 48시간 동안 노출하였으며, 이는 생물학적 3 반복으로 수행되었다. 모든 노출시험은 25 ℃의 암 조건에서 진행되었으며, 시험 기간 동안 먹이생물은 공급하지 않았다. 용매에 따른 독성영향의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을 확인하기 위한 노출시험에 사용된 모든 시험용액은 동일한 농도의 에탄올(0.01%)을 첨가하였다.
4. Total RNA 추출 및 cDNA 합성
ACT 및 IBU에 대한 48시간 노출 후 D. celebensis를 회수하였으며, 시험 농도당 총 150마리의 개체를 1.5 mL의 eppendorf tube에 모아 Trizol® reagent (Thermo Fisher Scientific Inc., MA, USA)를 이용하여 균질화하였다. 이후 제조업체의 지침에 따라 total RNA를 추출하였으며, 아가로즈겔 전기영동과 NanoDrop spectrophotometry (NanoReady touch, LifeReal Inc., Zhejiang, China)을 사용하여 추출한 RNA의 농도 및 순도를 확인하였다. cDNA의 합성은 RevertAid First strand cDNA Synthesis Kit (Thermo Fisher Scientific Inc., MA, USA)를 이용하여 제조사의 방법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A260/A280 비율이 1.8~2.0인 RNA를 cDNA를 합성하였다. 간략히, 0.5 μg의 total RNA를 이용하여 20 μL의 cDNA를 합성하였으며, 이후 Tris-EDTA buffer를 이용하여 합성된 cDNA를 10배 희석하여 유전자발현 분석에 이용하였다.
5. Quantitative real-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 (qRT-PCR)
ACT 및 IBU가 D. celebensis의 해독, 항산화, 탈피에 미치는 잠재적 독성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1상 해독 효소인 cytochrome P450 (CYP) superfamily 유전자 5종(CYP18A1, CYP307A1, CYP360A8, CYP361A1, CYP370A15), 2상 대사효소인 glutathione S-transferase (GST) 유전자 4종(GST-theta, GST-kappa, GST-mu, GST-sigma), 3상 해독 효소인 ATP-binding cassette (ABC) transporter family 유전자 6종(ABCB1-1, ABCB1-2, ABCC1-1, ABCC1-2, ABCC4-1, ABCC4-2), 항산화 관련 유전자 4종[Copper-zinc superoxide dismutase (CuZnSOD), Manganese superoxide dismutase (MnSOD), Catalase (CAT), Glutathione peroxidase (GPx)], 그리고 ecdysteroid pathway 연관 유전자 3종[CYP314A1, Ecdysone receptor A (EcR_A), Ecdysone receptor B (EcR_B)]을 선별하였으며, 이들의 유전자 특이적 primer는 Table 1에 나타내었다. 각 유전자의 발현 분석은 SYBR Master Mix (KAPA Biosystem Inc., MA, USA)를 사용하여 CFX Connect Thermal Cycler (Bio-Rad Inc., CA, USA)에서 분석하였다. 간략히, 5 μL의 2X SYBR master mix, 3 μL의 희석된 cDNA, 및 1 μL의 각 유전자 특이적 프라이머(10 pmol/μL)를 혼합하여 총 10 μL의 용량으로 진행하였다. qRT-PCR의 반응은 95 ℃에서 10분간 변성 후, 95 ℃에서 15초 와 60 ℃에서 1분씩의 primer 결합 및 증폭과정을 총 35 cycle을 진행하였다. 각 유전자의 qRT-PCR은 샘플 당 3회 반복하여 진행되었으며, 타겟 유전자의 상대적 발현은 housekeeping 유전자로써 elongation factor-1 (EF-1)을 이용하여 보정한 후 2-ΔΔCt method (Livak and Schmittgen, 2001)에 의해 계산 되었다.
6. 통계분석
모든 실험적 데이터는 평균(mean) ± 표준 편차(standard deviation, SD)로 표현되었다. 유전자 발현은 SigmaPlot version 12.0 소프트웨어(Systat Software Inc., CA, USA)를 이용하여 시각화 하였다. 그룹 간의 통계적 유의성은 SPSS version 23.0 소프트웨어(SPSS Inc., IL, USA)를 사용하여 일원 분산 분석(one-way ANOVA)을 수행한 후 Tukey 검정을 사용하여 사후 분석을 수행하였다. 급성노출시험 결과에 따른 치사농도(lethal concentration for x%, LCx)는 probit regression model을 사용하여 계산하였다. 모든 통계분석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p < 0.05을 기준으로 하였다.
결과 및 고찰
1. ACT 및 IBU의 급성독성영향
ACT 및 IBU는 포유류에서 cyclooxygenase (COX) 효소를 억제하여 prostaglandin 합성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통증 또는 염증을 줄이기 위해 설계되었으나, 이들의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 대사물질들은 비대상 생물종에게 높은 독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Chang et al., 2008;Moyer et al., 2011). 본 연구에서 ACT 및 IBU에 노출된 D. celebensis의 생존율은 농도 의존적으로 감소되었으며(Fig. 1), 48-h LC50은 각각 120.72 (32.99-317.28) 및 213.23 (194.08-237.39) mg/L 로 나타났다(Table 2). 이와 유사하게, 선행 연구들은 다양한 수생 생물에서 ACT 및 IBU의 급성독성영향을 보고하였다(Table 2). 담수 물벼룩 D. magna에 대한 ACT과 IBU의 48h-EC50 값은 각각 11.85-50.0 및 101.2-132.6 mg/L로 보고되었으며 (Cleuvers et al., 2003;Cleuvers et al., 2004;Han et al., 2006;Kim et al., 2007;Du et al., 2016), 해양 요각류 Tisbe battagliai에서 ACT 및 IBU의 48-h LC50은 각각 67.8 및 49.7 mg/L로 보고되었다(Trombini et al., 2016). 이와 비교했을 때 ACT와 IBU에 대한 D. celebensis 민감도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Park 등(2020)은 한국의 오염지역에서 ACT 및 IBU의 농도가 각각 최대 341 μg/L 및 86 μg/L의 농도로 검출될 수 있음을 보고하였으며, 이를 고려할 때 ACT 및 IBU이 담수 및 해양의 소형 동물성플랑크톤에 미치는 급성독성영향은 비교적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유사하게, Folarin 등(2018)은 아프리카 메기 Clarias gariepinus 치어에 대한 ACT의 낮은 급성독성영향(96-h LC50: 1283.6 mg/L)을 보고 하였으며, Saravanan 등(2012)은 잉어 Cirrhinus mrigala 치어에 대한 IBU의 상대적으로 낮은 급성독성영향(24-h LC50은 142 mg/L)을 보고하였다. 반면, 수생생물에 대한 오염물질의 급성독성영향은 생물 종, 발달단계, 노출 기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Saravanan et al., 2012), 일부 수생생물에 대해 ACT 및 IBU의 높은 급성독성영향이 보고된 바 있다. 예를 들어, Chabchoubi 등(2023)은 제브라피쉬 Danio rerio 배아에 대한 ACT과 IBU의 높은 급성독성영향(각 120h-LC50: 1.12 mg/L 및 1.49 mg/L)을 보고하였으며, Sung 등(2014)은 담수 새우 Neocaridina denticulate에서 ACT와 IBU의 96-h LC50 값을 각각 6.07 mg/L, 6.6 mg/L로 보고하였다. 특히 IBU의 경우 아프리카 메기 C. gariepinus 치어에 대해 높은 급성독성 영향(24-h LC50: 0.48 mg/L)을 나타낼 수 있으며, 0.28 mg/L 농도에서도 점액 분비의 장애, 피부 괴사, 비정상적 움직임 등 다양한 아치사영향이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Ogueji et al., 2018). 이러한 결과는, 수생생물에 대한 ACT 및 IBU의 독성영향이 생물 종 및 이들의 발달단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해양 생태계에 대한 ACT 및 IBU의 독성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생물 종 및 여러 발달단계를 이용한 위해성 평가가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2. ACT 및 IBU 노출이 해독 연관 유전자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
생물체는 외래 오염물질에 대응하기 위해 CYP, GST, ABC transporter 등 다양한 해독 효소를 통해 외래 오염물질을 해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im et al., 2021). 이러한 해독효소의 유전자 발현 및 효소활성은 오염물질 노출의 초기에 민감하게 조절되는 분자지표로써 오염물질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활용되어 왔다(Corcoran et al., 2012;Milan et al., 2013;Wang et al., 2016;Kim et al., 2018;Yoo et al., 2022;Yoo et al., 2024).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ACT 및 IBU에 노출된 D. celebensis의 분자적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CYP, GST, 및 ABC transporter 유전자 발현을 확인하였다. ACT 및 IBU 노출에 따른 해독 효소 유전자의 발현을 확인한 결과, ACT에 노출된 D. celebensis에서 모든 해독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이 하향 조절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Fig. 2A, 2C, and 2E). 반면, IBU에 노출된 경우 CYP360A8 유전자의 발현이 3 mg/L, 30mg/L 농도에서 대조군 대비 각각 2.28 및 2.22배 증가하였으며(Fig. 2B), GST-theta, ABCB1-1, 및 ABCB1-2 유전자 또한 상향 조절되는 양상을 나타냈다(Fig. 2D and 2F).
CYP는 1상 해독 효소로 monooxygenase 활성을 통해 ACT 및 IBU를 NAPQI (N-acetyl-p-benzoquinone imine), 하이드록실화 대사물질(hydroxylated metabolites) 등 반응성이 높은 대사물질로 변환하며, 이는 추가적으로 GST (2상 해독 효소)에 의한 GSH 결합을 통해 최종적으로 ABC transporter (3상 해독 효소)에 의해 배출될 수 있다(Chang et al., 2008;Moyer et al., 2011;Corcoran et al., 2012). 선행 연구는 ACT 및 IBU에 노출된 다양한 수생생물에서 증가된 CYP, GST, ABC transporter 활성을 보고해왔으며 (Corcoran et al., 2012;Milan et al., 2013;Kim et al., 2018), 특히, 0.5, 5 및 50 μg/L의 IBU에 노출된 D. magna에서 CYP360A8, GST 유전자 발현의 증가와 함께,GST 유전자 발현의 증가와 함께, 이들 효소의 증가된 활성이 보고되었다(Wang et al., 2016). 이는 수생 생물에서 CYP, GST, ABC transporter가 IBU의 해독에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본 연구 결과와 함께 CYP360A8, GST-theta 및 ABCB1가 IBU 오염을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분자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반면 ACT에 노출된 D. celebensis에서는 해독 효소와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되는 양상을 나타냈으며, 이는 ACT와 IBU가 수생생물의 해독 경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Kim 등(2018)에 따르면, 50 mg/L의 ACT에 노출된 D. magna에서 12 종류의 CYPs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CYP370A13을 제외한 유전자에 유의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Wan 등 (2021)은 microcystin-LR 및 phenanthrene 혼합물에 노출된 D. celebensis에서 감소된 CYP360A8, GST, P-gp (ABCB1) 유전자의 발현과 함께 다양한 생식독성 영향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ACT가 해독 경로에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내 높은 생물독성 영향을 나타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유전자의 발현은 생리적 변화에 비해 일시적이고 역동적으로 조절되는 생물학적 과정이기 때문에(Wan et al., 2021), ACT 및 IBU 노출이 해독 경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독 효소활성의 변화 및 오염물질의 체내 축적 등 추가적인 분자지표를 활용한 추가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3. ACT 및 IBU 노출이 항산화 연관 유전자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
ACT 및 IBU가 대사되어 생성되는 중간 대사물질들은 높은 반응성으로 인해 다양한 생체분자들을 손상시키고,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의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 (Chang et al., 2008;Moyer et al., 2011;Gómez-Oliván et al., 2014;Liu et al., 2019). 항산화 시스템은 산화스트레스 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방어기작으로 세포 내 ROS는 SOD, CAT, GPx 등의 항산화효소를 통해 제거될 수 있다 (Ighodaro and Akinloye, 2018). 따라서 이들 유전자의 발현 및 효소활성은 오염물질로 인한 생물 독성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분자지표로 활용되어왔다(Gómez-Oliván et al., 2014;Liu et al., 2019). ACT 및 IBU에 노출된 D. celebensis 의 항산화 효소 발현을 확인한 결과, ACT에 노출된 D. celebensis에서 MnSOD와 CAT의 발현은 모든 노출 농도(0.1, 1, 및 10 mg/L)에 대해 유의하게 감소하였으며, CuZnSOD 의 발현은 10 mg/L의 ACT 노출에서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ig. 3A). 이와 유사하게, IBU에 노출된 D. celebensis에서도 CuZnSOD, MnSOD 및 CAT의 발현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났다(Fig. 3B). 본 연구의 결과와 달리, Liu 등(2019)은 ACT에 노출된 D. magna에서 증가된 항산화효소 활성과 함께 GPx, CAT, thioredoxin (TRX) 및 thioredoxin reductase (TRXR)를 포함한 항산화 효소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될 수 있음을 보고하였으며, IBU에 노출된 D. magna 및 잉어 Cyprinus carpio에서 증가된 SOD, CAT 및 GPx 등 항산화 효소의 활성이 보고되었다(Gómez-Oliván et al., 2014;Islas-Flores et al., 2014). 일부 선행 연구들은 오염물질의 노출이 항산화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오염물질의 농도 및 노출 시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항산화 유전자 및 효소 활성의 감소와 함께 생물체의 산화환원 항상성이 손상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Daniel et al., 2019;Liu et al., 2019;Yoo et al., 2022). 따라서 본 연구에서 감소된 항산화 유전자의 발현은 ACT 및 IBU 노출로 인해 손상된 D. celebensis의 항산화시스템의 영향 때문일 수 있으며, 이는 ACT 및 IBU가 해양 동물성플랑크톤의 항산화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내고, 이에 따른 산화환원 균형이 손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4. ACT 및 IBU 노출이 탈피 연관 유전자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
탈피 과정은 갑각류의 성장, 발달, 생식에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으로, 이는 ecdysteroid signaling pathway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Miyakawa et al., 2018). 선행 연구에 따르면 17β-estradiol, 비스페놀 같은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노출이 ecdysteroid signaling pathway를 교란시켜 생식 독성 영향을 나타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In et al., 2020;In et al., 2021;Wan et al., 2021), 이는 ecdysteroid 연관 유전자들이 오염물질의 생식독성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마커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CT 및 IBU에 노출된 D. celebensis의 탈피 관련 유전자 발현을 확인한 결과, ACT에 노출된 D. celebensis에서 유의하게 감소된 CYP314A1 (0.47–0.68배), EcR_A (0.25–0.57배) 및 EcR_B (0.15– 0.34배) 발현이 관찰되었으며(Fig. 4A), 유사하게 IBU에 노출된 D. celebensis에서 유의하게 감소된 EcR_A (0.37–0.66배) 및 EcR_B (0.44–0.65배)의 발현이 나타났다(Fig. 4B). ACT 및 IBU는 모두 COX 효소를 표적으로 작용하여 prostaglandin 합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는 스테로이드 생성을 포함한 다양한 신호전달 경로에 영향을 주어 내분비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Boizet-Bonhoure et al., 2022;Lee et al., 2023).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게 ACT 및 IBU 노출에 따른 내분비계의 교란은 다양한 수생생물에서 보고되었다. Kim 등 (2012)은 ACT에 만성 노출된 O. latipes에서 생식독성영향이 유도되며 알의 부화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하였으며, Flippin 등(2007)은 IBU의 노출이 O. latipes의 생식 주기를 늦춰 생식독성영향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Ding 등(2020)은 ACT에 노출된 D. magna에서 CYP314 및 EcR 유전자 발현의 교란과 함께 지연된 알 생산을 보고하였다. 갑각류의 주요 탈피호르몬인 ecdysone은 CYP314A1에 의해 활성화 되며, 이후 EcR에 결합하여 하위 탈피 연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으며 (Cho et al., 2022), Cho 등(2022)은 비스페놀류에 노출된 D. celebensis에서 CYP314a1, EcR 유전자의 교란과 함께, 다양한 생식 관련유전자가 변화하여 생식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나타낼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특히 ACT에 노출된 EcRs와 CY314A1 유전자의 발현 양상은 U자형 곡선(non-monotonic dose-response curve, NMDRC)을 나타냈다. 이러한 경향은 bisphenol A와 bisphenol S와 같은 내분 비계장애물질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Herrero et al., 2015;In et al., 2019). ACT에 노출된 D. magna의 탈피 연관 유전자의 발현 양상에서도 역 U자형의 NMDRC를 나타냈다 (Ding et al., 2020). Vandenberg (2014)는 화학물질에 따른 NMDRC가 노출 농도와 시간 등과 같은 실험 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의약품의 경우 제한된 농도 범위에서 약리적 영향이 나타나도록 고안되었기 때문에 농도에 따른 독성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보다 다양한 농도와 노출 시간에서의 영향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CYP314A1 및 EcRs의 발현 감소는 ACT 및 IBU의 노출이 해양 동물성플랑크톤의 ecdysteroid 신호전달 경로를 교란하여 생식 독성 영향을 유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 론
본 연구는 ACT 및 IBU가 기수산 물벼룩 D. celebensis에 미치는 급성독성영향 및 해독, 항산화, 탈피 연관 유전자의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였다. ACT 및 IBU는 D. celebensis에 상대적으로 낮은 급성독성영향을 나타냈으나 해독 연관 유전자, 항산화 및 탈피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해독 연관 유전자의 발현은 ACT 및 IBU 노출에 따라 서로 다른 조절양상을 나타냈으며, 이는 D. celebensis에서 ACT 및 IBU의 대사는 기질 특이적으로 조절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ACT 및 IBU의 노출은 항산화 및 탈피 연관 유전자의 발현을 모두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이는 두 약물이 D. celebensis의 산화환원 항상성 및 생식경로에 잠재적인 독성영향을 나타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ACT 및 IBU의 노출이 해양생물의 해독, 항산화, 및 생식 경로에 미치는 독성기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독, 항산화 효소 활성 및 생식지표 등 다양한 생체 지표를 활용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